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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테이블

NO1작성일 : 2015-11-04 오후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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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첫번째 행복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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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끝났다. 이제 실행이다. 첫 번째 [행복테이블].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최대한 이완시키고 자연스럽게 준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두님은 지난 밤 퇴근하지 못할 정도였나 보다. 유리창에 붙일 글씨들과 포스터, 참여한 예술가들로부터 받은 다섯 가지 질문을 출력하느라. 토토로님은 멀리까지 가서 식탁을 맞춰와 조립까지 하느라 대형 선풍기를 설치하느라 고생했다 들었다. 그들의 노고에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v_150812s_0554ev_150812s_0746ev_150812s_0491
 
첫 번째 [행복테이블] 주제는 ‘도시 농부들의 새참’이다. 우리가 이 주제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홍대 앞 마포가톡릭회관 옥상에 조성된 MIM 덕분이었다. MIM은 박정자 님께서 회원들과 더불어 예쁘게 만들어 놓은 텃밭을 말한다. 그분들의 노고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도심 건물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ev_150812s_0725 ev_150812s_0723 ev_150812s_0730 ev_150812s_0733 ev_150812s_0737 ev_150812s_0727
 
동사섭 서울 센터에서 허브를 넣어 얼린 얼음덩이와 각종 물품을 싣고 마포 가톨릭 회관으로 향했다. 날씨는 더웠다. 며칠 전 강한 비가 예보된 것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더위는 일을 더디게 했다. 회관 1층 커피숍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햇살이 이운 4시쯤 옥상으로 올라갔다. 6층에 안내 책상을 놓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오늘 참석하시는 예술가 20여 분의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계단을 따라 붙였다. 자주색이 돋보였다. 눈이 피로하지 않게 적절한 채도의 글씨는 산뜻하게 빛났다. 자두님의 노고가 더불어 도드라졌다. 그 다섯 가지 질문과 답을 따라 5대 원리를 삐삐님을 위시한 몇 분이 유리창과 벽에 붙이고 있었다. 옥상으로 들어섰다. ev_150812s_0870IMG_3145ev_150812s_1048
 
놀라움이다. 도시 건물 옥상에 이런 텃밭을 만들 수 있다니. 경이로웠다. 공간이 길쭉한 직사각형이었지만 중앙 통로를 따라 양 옆으로 오이, 가지, 토마토 등 채소는 물론이고 코스모스, 연꽃 등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연꽃은 어젯밤에 움을 틔웠다는 후일담을 듣고 이 행사를 위해 꽃을 피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안쪽으로 토토로님이 제작한 탁자를 놓아 주방을 만들고 그 앞쪽으로 길게 탁자를 놓아 20여 분의 예술가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식탁보를 깔고 아래쪽에는 센터에서 가져온 방석을 깔았다. 조금 불편한 듯 보여도 오밀조밀 정다움은 더 우러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둥그런 좌대가 갖춰져 나중 요긴하게 쓰이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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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분주했다. 식탁을 배치하고 음식을 정리하고 음악을 틀고 조명도 하느라. 반짝이등을 중앙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늘어지게 달아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5시가 조금 넘자 예술가들이 한 분 한 분 들어섰다. 예술가들은 모습만으로도 예술가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뿜어나오는 나름의 아우라가 그렇게 느끼게 한다. 예술가들이 자리하자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뜻님의 사회로 한 분 한 분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을 간단히 소개한 듯했지만 모두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음이 느껴졌다.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자리가 넉넉해진 느낌이었다. ev_150812s_0576ev_150812s_0796ev_150812s_0496ev_150812s_0524_wd
 
[텃밭의 육미]라는 부재가 붙은 모임이다. 여섯 가지 맛이라는 ‘육미’가 오늘 모임을 더 풍성하게 느끼게 했다. 예술가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그들이 어떻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5대 원리를 질문하고 답하는 자리였다. 물론 정체, 대원, 수심, 화합, 작선에 따라  1. (          )한 나 2. 무엇을 위해 살고 계시나요? 3. 마음관리를 잘하고 계신가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4.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고 계신가요? 5. 어떤 마음으로 역할(일)을 하시나요? 로 풀어서 물었다. 그들은 동사섭을 알기도 했지만 대개는 모르는 분들이었기 때문이다.질문에 대한 그들의 답은 시사하는 바 컸다. 나름대로 5대 원리를 이해하고 열심히 자기를 들여다보며 살고 있다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ev_150812s_0704ev_150812s_0673
 
‘육미’, 달콤 쌉싸름한 맛(텃밭 범벅), 신맛(노각 냉국수), 쓴맛(여주 튀김), 짠맛(보라 통감자 찜), 인생의 살 맛(도시 농부의 모든 채소들), 매운 맛(차가운 텃밭 진저에일-티타임)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음식은 순서와 상관없이 제공되었다.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한 음식이 없었고 섬세한 손길을 더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요리였다. ev_150812s_0627ev_150812s_0581_Wd
 
특히 신맛의 노각 냉국수는 시원하면서도 식감이 아삭해 관심을 끌었다. ‘노각’이 ‘늙은 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예술가들이 의외로 많았다. 더불어 여주 튀김은 남다른 느낌을 준 음식이었다. 변준희님께서 준비해주신 여주 튀김도 남달랐다. 여주가 당뇨에 좋다는 얘기는 들어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튀겨 내니 바삭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더했다. 호박에 감자를 으깨 맛을 더한 찜은 풍성한 맛을 느끼게 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준비된 텃밭 채소로 멋진 음식을 차려주신 박정자님과 주리님, 준영님께 감사드린다. 그야말로 자신의 접시에 디자인해서 담아 먹이는 디자인 텃밭 한 접시였음이 분명하다. ev_150812s_1429 ev_150812s_1523 ev_150812s_1449 ev_150812s_1385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자기소개가 끝나고 음식을 다 먹었을 때쯤 6시가 지나자 도심의 옥상에도 해가 졌다. 한강 너머로 기우는 석양은 운치를 더했고 간간이 바람이 옷깃을 스쳤다. 날씨가 쾌청했었던 것만큼 선선해졌다. 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중앙에 마련되어 있는 좌대로 옮겨 삶의 5대 원리를 함께 나누기로 했다. 넓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우리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ev_150812s_1530 ev_150812s_1583ev_150812s_1691
 
토토로님이 빔을 켜고 PPT자료를 넘겨가면서 한뜻님이 5대 원리를 소개했다. 이 자리가 있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애머런스님도 소개했고 5대 원리를 소개하는 내내 많은 예술가들은 자리를 비우지 않고 경청했다. 정체, 대원, 수심, 화합, 작선으로 자료가 넘겨질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들이 답한 내용이 충분했나를 생각하며 듣는 느낌이었다. 그 중 몇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ev_150812s_1804ev_150812s_1658
 
조남룡 사진작가님께서는 지금은 사진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본 시간이었다 말씀해 주셨고 가수인 김반장님께서는 값하고 사는가에 대한 말씀을 거침없이 해서 우리의 느슨한 마음을 다잡게 해주셨다. 해가 져서 PPT화면은 더 밝게 빛났다. 이 모든 것이 [홍대옥상텃밭다리]를 열심히 가꿔주신 박정자님과 그 동호회 회원님들의 덕이다. 정해진 시각이 9시였다. 우리는 그 시각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후일담을 나눴다. IMG_3158ev_150812s_0994_wd 동사섭 서울 센터에서 허브를 넣어 만든 얼음덩이로 만든 차는 끝까지 시원하면서도 화한 맛을 유지해서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잡아 끝까지 예술가들에게 시원함을 드렸고 율리아님께서는 정성스럽게 떡을 디자인해서 디저트로 함께 해서 그 우아함을 더했다. 그리고 돌아가시는 예술가 분들게 센터에서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간 우리가 만든 소식지와 커뮤니케이션 우디에서 가져오신 리얼바와 도시농부 밈에서 준비한 가공음식 파프리카 잼과 병절임 등을 곁들여 풍성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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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준비한 [행복 테이블]이어서 긴장도 많이 했고 실수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다들 환하게 웃으며 행사를 즐겨주셨고 우리도 그만큼 행복을 나눌 수 있었다. 베풂이 주는 행복감. [홍대옥상텃밭다리]가 있어 가능했고 MIM이 제공해준 그곳의 풍광이 지금도 행복감을 갖게 해준다. 도심에서 하는 텃밭 활동이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삶의 5대 원리]와 잘 어우러진 첫 번째 [행복 테이블]이 고맙다. 행사를 마치고 나니 세상에 작선한 듯 행복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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