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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2 오후 07:52
제목
103. ‘세월호’를 명상한다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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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명상한다>

 

 

 

나는 요즘 슬프다.

 

소중한 생명들이, 그것도 꽃다운 어린 생명들이 세상을 믿고 기도만하다가 끝내 발버둥 치면서 숨을 거두었을 것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친다. 세상이 매몰차게 그들을 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이 일어난 원인이 간단하지가 않은 듯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케케묵은 복합적 현상이다.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어디 그 분들뿐이겠는가? 정말 안타깝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 이제 남은 자의 몫은 그 분들이 왜 죽게 되었는지를 밝혀서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원들의 천인공노할 수상한 행적, 청해진에서 벌어진 돈과 권력의 간음, 언론의 왜곡 보도, 고깃배 보다 도 못했다는 해경의 구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해군의 소극적 대처, ‘언딘’이라는 작은 회사가 국가적 재난의 구조를 독점 지휘하게 된 경위, 해수부 및 관련 기관의 사고관련 정보 왜곡과 은폐 등에 관한 의혹들을 풀어야 한다. 왜 그랬을까 하는 합리적 모든 의심들을 풀어야 한다. 안 그러면 슬픈 역사는 되풀이 된다. 그런데 비겁하게도 나는 이 일에 대해서 방관자가 되어 지켜보기만 했다. 나는 부끄러움으로 끝나지만 유가족들은 그럴 수 없다. 그분들에게는 한이 맺힌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세월호가 이제 지겹단다. 지겨우니 제발 좀 가만히 있어 달라고 한다. 아니 유가족들이 시체장사를 한다고 말한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대한민국에 싸늘한 어둠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제는 내 나라에 상식이 무너지고 야만이 판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슬픔과 두려움을 느낀다. 나의 안전과 행복, 내 삶의 미래에 위협을 느낀다.

 

 

 

이러한 현실에는 정치권력의 부패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유가족 중 한분이 철저한 사고조사를 요구하며 40일간 단식을 했다. 아, 40일 간이라니... 그런데 하루 하루 뼈만 앙상하게 남아 가는 모습을 보고도 사람들은 아버지가 자식의 죽음을 팔며 돈과 출세에 대한 흑심을 품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 모든 현상의 보다 근원적인 사회적 원인을 찾아본다면 법의 시스템이 정의롭게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법이 정의롭지 못한 채 힘만 가지게 된 이 슬픈 현실.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어 살펴보자는 데 또 법 타령이다. 유가족들을 빨갱이라고 욕한다. 아, 나는 이제 알았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법이 이미 힘을 가진 사람들의 도구가 되었구나. 그리고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어 버린 것 같아 보이는 공권력과 언론, 그리고 일부 국민들에 대해서 나는 분노가 치솟았다.

 

 

 

그러나 내 분노는 사실 타당하지 않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 전적으로 사실을 보는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분노가 일어난다면 그 것은 아주 비합리적이다. 이미 힘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의 입장에 보면 그렇게 행동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분들이 탐욕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 해도 그렇다. 정의는 당위(should)요 삶은 그 자체(as it is)이기 때문이다. 가진 사람들이 이미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그분들의 탐욕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분노하는 것이 문제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분노는 아무리 합리화 한다 해도 내 욕구의 좌절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부인 할 수 없다. 정의의 분노도 그렇다. 내가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다. 결국 분노는 일차적으로 내 욕구의 좌절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 그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분들이 세월호 사건을 그런 관점으로 보는 것은 그분들의 욕구, 경험, 가치관의 산물이며 옳고 그름을 떠나 그분들에게는 자기 삶이 다른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할 수 있다. 왜?, 그런 관점이 그분들의 삶이니까. 그러므로 내가 계속 분노한다면 그것은 자기기만이다. 남은 틀리고 나만 옳다는 독선에서 나온 나의 분노. 어리석다. 슬픈 것도 분한데 분노하며 한 번 더 매를 맞는 꼴이다.

 

 

 

또 하나, 내가 이 현실에 대해 누군가를 탓하며 분노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현실은 나를 포함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대립과 부패를 포함하여 이러한 현실에 대해 마치 내 책임은 없는 듯 분노의 독을 품고 있는 나는 크게 잘못 된 것이다. 당장 참회해야 한다.

 

 

 

깊이 진정어린 마음으로 참회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참회하였으니 모든 현실을 수용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나? 그건 아니다. 남을 향한 나의 분노를 참회 한 후 생각을 거두고 양심의 소리를 들어보니 그렇게 시키지 않는다. 내 본성에는 측은지심이 있으며 수오지심이 있으며 시비지심이 있기 때문이다. 개념이전으로 돌아가 누군가가 불쌍하다고 느껴질 때 도움을 주어야 마음이 편안하고, 잘못했을 때 참회해야 부끄럽지 않으며, 옳고 그름이 느껴지는 대로 행동해야 나는 걸림이 없고 모순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세월호와 관련하여 내 양심이 시키는 대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것이다. 호리의 분노 없이 걸림 없이 그분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하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광화문에 갈 것이다. 나의 미래와 당신들의 미래가 둘이 아니니 함께 가자고...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글. 정안님 (kafa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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