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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1 오후 09:48
제목
34. 죽음과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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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이란 사람이 겪어낼 모든 변화 가운데 가장 큰 변화이며, 사람이 감당해내야 하는 모든 과제 중에 가장 특별한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죽음에 대해 각별한 생각과 정서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죽음은 거개의 사람이 대체로 무조건 두려워하고 거부한다. 죽음은, 아무리 싫어하고 아무리 두려워하더라도 끝내 한번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 죽음이 언제 닥쳐올지 모르며, 죽음 다음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죽음이란 살아서의 모든 것들과의 엄정한 이별이요, 살아서의 모든 것들의 깨끗한 상실이요, 살아서의 모든 것들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다. 특히 생(生) 긍정 의지가 강할수록, 생명에 대해 귀히 여기는 마음이 깊을수록, 생존의 과정이 찬란할수록, 그 모든 것들을 박탈당하는 이 죽음에 대한 싫음과 두려움이 클 것이다. 보다 이른 나이에 죽음에 대해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 있어 큰 축복이라 여겨진다.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었을 때 혹은 젊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루하루의 삶이 죽음에 대한 불안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면 어떻겠는가? 그럭저럭 살다가 임종에 당하여 아무 생각도 없이 멍청하게 죽어간다면 어떻겠는가? 성실성 없이 게으름 속에 살다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마음이 바빠서 허둥대거나, 임종에 당하여 무조건 삶에 대한 집착 때문에 두려워 떨고 있거나, 한 평생 성실히 잘 살아 놓고서도 아직 미련이 남아서 죽기만 싫어한다면 어떻겠는가? 아니면, 죽음을 초연한 마음으로 바라다보며 언제 죽어도 아무 상관없는 수용 태세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죽음을 담담하게 수용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명상이 그 하나의 길이다. 멀지 않아 죽음이 자신에게 닥쳐온다는 생각이 실감으로 다가온다면 죽음이 명상적 소재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의연한 수용 태도 여하는 인격의 중대 척도 하나이다.

인생이란 삶과 죽음의 조합 과정이요, 이 전 과정이 이고득락(離苦得樂)의 역정이다. 삶도 이고득락이 되어야 할 것이요, 죽음도 이고득락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두 가지 중대 주제를 이끌어 낼 수가 있다. 살아있는 동안 성실히 최선을 다하여 살아낼 일이요, 죽어갈 때 평온하게 죽음을 수용해 낼 일이다. 죽음이라는 큰 변화에 대한 깊은 명상은 삶에 대한 고양된 지평을 열어 줄 것이요, 고양된 된 지평의 삶이라면 또한 죽음이라는 절대 한계 상황도 삶의 한 부분으로 용해될 것이다. 죽음 수용이 명쾌한 정도만큼 현재[Here and Now]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것이요, 나아가 생사일여(生死一如)라는 말이 당연한 순리로 점두될 것이다. 우리는 가까이에서 가족이나 친지들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다. 그들에 대한 사랑이 지중할수록 죽음이 우리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큰 과제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전문 수행자인 나에게, 생(生)과 사(死)의 모든 문제를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는 목적 가치 차원에서 풀어가는 나에게 있어서, 가까운 분들의 죽음을 목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의미에 있어 하나의 축복이었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맞이할 죽음을 실감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고, 죽음 명상을 무수히 해봄으로써 평소 죽음에 대한 불안이 거의 없이 평온히 죽음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자연사이든 병사이든, 혹은 사고사나 비명사 및 자살사 등 어떤 죽음이든, 그것이 나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간에 죽음은 우리에게 큰 경험이요, 큰 상실이요, 완전한 종지부이다. 이러한 죽음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무지하여 닥쳐온 죽음에 대하여 너무 당혹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죽어가지 않기를, 혹은 이미 늙어 죽어갈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죽음을 무조건적으로 피하고 싶은 막연한 생(生) 긍정 욕구의 휘둘림으로 스스로 고통스럽고 주변을 안타깝게 하는 인생이 되지 않기를 간곡히 기원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동사섭에서는 독배명상을 죽음 명상 하나로 제시한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실감어린 관심과 죽음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면, 방법론은 다양한 인연으로 만나지게 될 것이다. 각자 나름의 방법들로 애써 갈 일이다.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깨우침 하나는, <죽음에 대한 바른 이해의 부족>으로 죽음을 막연히 두려워한다는 것이요, <죽음에 대한 심리 구조>를 꿰뚫어보면 그 해법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고찰은 나에게 있어 죽음으로부터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언제인가 닥쳐올 죽음을 평화롭게 수용하게 해준다.

맑은 물이 뚝뚝 떨어질 듯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서, "이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경이 저 가을하늘 같으소서!" 하는 기원을 올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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