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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1 오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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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세상에 남길 유산의 몇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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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남길 유산 몇 마디 

요즈음 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하고 여유 있게 느껴진다. 아마 나이 탓도 있겠고, 깐엔 나름대로 요모조모 노력한 한 작은 결실인 듯하다. 내가 지금 죽어간다고 할 때에, 이 세상에 남은 분들의 행복한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진정한 기도의 제목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가, 이 세상에 유산으로 남길 만한 말 몇 마디를 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에 무슨 말을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본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빚을 많이 진만큼의 세월을 살았다는 뜻이다. 나이값이다. 혹여 죽음이 목전에 닿아 있는 것이 무의식중에 느껴지기라도 한 듯한 조용한 절박감이 밀려온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껏 함께해준 세상은혜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신실한 기도를 바치고 싶다. 하늘에 부끄럽지 않는 기도를, 하늘이 감동할 마음을 바치고 싶다.

스물여덟 해 전 내가 입산출가를 결정하고자 할 때에 얼마나 승(僧)이 되고 싶었고, 승이 되어야 하는지가 절실했던지 집에서부터 아예 혼자서 스스로의 머리를 삭발하고 승복을 만들어 놓고 밤이면 모자를 벗고서는 삭발머리와 승복차림의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좋아하며 참선을 즐기던 나였다. 그러한 나에게 마지막까지 마음을 붙드는 것이 있었다. 노점 새우젓 장사를 하여 자식 8남매를 기르시고, 자식의 일이라 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으시며 절대 희생의 삶을 보여주신 한(恨) 많은 어머니의 거룩한 정성에 대한 보상, 보은의 절실함 때문에 그 어머니를 가장 복되고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었기에 어머니께서 서운해 하시고 아파하신다면 내가 그렇게 출가수행자가 되고 싶다한들 어머니를 편안하게 하고 호강시켜드리는 것이 금생의 나의 효의 길이라 생각하며 내 수행의 길에 대한 포부를 양보해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거리며 고민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때 나에게 큰 은혜가 내려졌다. 섬광과 같은 지혜의 검이 뇌리를 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진실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 봐라! 무엇이 제대로의 효가 될지 봐라!”는 질문이었다. 그리고는 촌각도 주저함 없이 따라오는 답이 있었으니, “어머니의 마음이 제대로 평온해지시고 어머니께서 고해(苦海)의 윤회(輪回)에서 벗어나시도록 내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어머니께 가장 큰 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를 가장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은 나 스스로가 가장 안전하게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수행을 하여 지혜를 밝히고, 업장을 순화하여 탐진치(貪嗔痴)의 휘둘림에서 벗어나 마음이 영원한 해탈을 얻고 커다란 인격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의 생각이었다. 그 믿음으로서 나는 마치 극락세계의 상급학교에 유학을 가듯 자랑스럽고 희망차게 집을 떠나 입산해 왔던 것이다. 입산출가를 하여 수행이란다고 깐엔 애써도 생각만큼 얼른얼른 마음이 순화되어 가는 것도 아니었고 인격이 불쑥 성숙되어가는 것도 아니었으나, 한 세월 동안 내 수행의 길에 힘을 가하게 하는 매서운 채찍 하나가 ‘내 어머니를 위하여서라도!’였었다. 그것이 나는 참 좋았고, 어머니께 다소라도 효도를 하고 있는 듯 늘 기뻤다.    지금 지난 그때와 같은 절실한 마음으로 세상은혜에 보은코자 하고, 지난 그때와 같은 확신의 생각으로 유산을 남기고자 한다. 유산이란, 자신이 남기고 가는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재산을 말한다. 지금까지 일구어 온 나의 재산을 공개한다.

1. <아무 것도 안 하기>의 체험이다.  그냥 존재하기, 그것이 얼마나 평온하고 떳떳한 삶인지, 그래서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높은 삶인지 깊게 안 것이다. 시비(是非)의 취사(取捨)를 내려놓고, 그냥 호흡만 하면서 담박하게 존재하기! 그냥 숨만 쉬면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것도 개의치 아니하고, 아무 생각 없이, 생각이 없다는 것에도 무념하게, 아무 욕구도 일으키지 아니하고, 오직 깨어있는 의식을 의식하며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단지 감각되는 대로 감각만 하면서 일체 판단분별 않고 지긋이 경험하고 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세상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하여도 그 모든 상실을 다 보상하고도 남는 재산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지고한 만족감, 지극한 평온함, 아무 일없음(無爲)의 고요가 거기 있음을 확연히 알고, 더 이상 내가 구할 것이 없어도 된다는 믿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체험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 그저 눈물이 나오며 절로 기도가 되어짐에 감사,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재산 1호이다. 내 삶의 보람 1호이다.

2. 무조건 마음이 밝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운세가 열린다는 믿음이다. 아무리 악조건에 처해질 지라도 그럴수록 더욱 마음을 밝게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제복(諸福)이 오게 하기 위해서는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절박한 깨달음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족을 알아야...........지족을!!! 어떤 상황일지라도 지족할 꺼리는 있을 것인즉, 지족에 눈을 떠야!!! 그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는 생각이다. 필수과제!

3. 인과율을 삶의 기초철학으로 갖게 된 점이다. 나는 인과법칙을 절대신(絶對神)으로 섬긴다. 궂은 일을 당할 때에는 내가 그렇게 지은 것이다, 내 덕이 부족해서다고 생각하며 무조건 참회하고 수용할 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래야 자신의 마음이 다스려지고, 덕을 쌓는 길이 되기도 하며, 복이 오는 씨앗을 심는 일도 된다고 믿는다. 기쁜 일이 있을 때에는 세상 덕택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감사할 때에 하늘이 미소 지으며, 더 푸짐한 은혜가 따른다고 믿는다.

4. 모든 순간에 정성스럽고, 성실히 살아가면 반드시 하늘의 응답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는다. 사특함 없이, 성글고 게으름 없이, 결과를 서둘러 보채지도 않으면, 때에 이르러 천지우주의 중중연기의 메아리가 꼭 있다는 믿음이다.

5. 이기심과 개인주의에서 벗어날 일이다. 그것이 복된 마음의 기초일 것이리라는 신념으로 산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복을 구하고 있을 터, 그 어떤 종류의 복이 되든지 복되게 살기를 원하지 않는가! 법구경의 말씀 가운데 우보익생만허공 중생수기득리익(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이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참 좋아하고 굳게 믿는 한 말씀이다. 그 그릇의 크기를 가늠하는 기초 기준이 곧 그 사람의 모든 행위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나는 해설한다.

6. 베풂의 비밀을 믿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 무엇이라도 나눌 수 있을 때 이미 마음의  넉넉함이 형성된다. 아무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베풀 것이 있을 것이니 살펴보고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세상을 따숩게 할 뿐더러 만복의 씨앗이 될 것이다. 적은 물질이든, 짧은 시간이든, 작은 봉사든, 따사로운 말 한 마디이든, 지혜의 말씀이든, 베풀며 살고자 할 때에 이미 복의 여신이 응답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7. ‘모든 것이 다 무상하고,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다 의미가 있으니 기꺼이 인내하며 최선을 다하고서는 세월에 맡겨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하며 하늘의 심판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다. 사람의 머리에 동의를 구하려 하거나 사람의 가슴에 공감 받으려 하기 보다는, 저 하늘의 머리와 가슴을 언덕으로 삼고 하늘마음에 부합했나를 점검해 보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다스려 가는 것이 힘이 되고 안전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내가 살아오면서 타고 온 수 많은 신념의 수레가 있을 것이나 지금 죽음처럼 고요히 나의 깊숙이에서 자기 공감이 되는 자등명적(自燈明的) 신념의 재산을 꼽아보니, 정녕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간절한 맘으로 정리해보니 이 일곱 가지가 명징하게 들려진다.
남은 생을 다 마치도록 적어도 이 일곱 가지의 가치관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 일곱 가지의 덕목이 세상의 민도로 깊숙이 정착되어 가도록 정성스럽게 기도 바치리라 생각하니 세상은혜에 대한 보은이 다소라도 되는 듯 떳떳해지는 마음이다. 좋다.

2007년 3월 20일
명상의 집 ; 대화 합장

* 동사섭문화가 27년의 유랑 생활을 접고 자체 연수원[동사섭 문화센터]을 창건하여 개원 기념식을 며칠 앞두고 있는 한 날, 조용히 자신의 내면세계를 더듬으며 정리해 본 글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행복을 기원하며, 이 글에 실려 있는 저의 굳고 낮은 마음이 여러분들의 삶속에 작은 에너지를 보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눈물어린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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