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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1 오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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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나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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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 행복한가?

- ‘아무 것도 안 하기’의 지복감(至福感) -

우리는 끝없이 무엇인가를 추구해 간다. 그 모든 추구의 목적은 행복이다. 행복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운동도 하고, 돈도 벌고, 지식도 쌓고, 결혼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종교생활도 하며 수행의 길을 걷기도 한다. 심지어 죽으면 좀 더 행복할까 하고 자살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임이 틀림없다. “그러면, 나는 행복한가? 무엇으로 행복한가?”조용히 자문해 본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 그 과정은 어떤 의미에 있어서 가치관의 변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사탕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고, 학교 성적으로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청소년 시절에는 절친한 친구와 이상적인 꿈을 그리며 이미 이룬 듯 행복해 하였고, 수도자(修道者)의 길을 결정하고서는 마치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선민(選民)인 양 우월적 기쁨이 있었다. 상담과 지도를 받던 내담자들이나 제자들의 영적 변화가 안겨다주는 눈시울 젖는 보람도 한 때의 기쁨이었고, 한 세월 동안 동사섭 수련을 마칠 때마다 수련생들의 환한 미소를 보며 뿌듯한 행복감으로 웃었고, 모진 고행(苦行)으로서 자신의 인내심과 희망을 담금질해 갈 때의 고독한 행복감도 한 동안의 자부심어린 기쁨이었으며, 삶 가운데에서 심한 고통을 접할 때조차 내면이 흔들리지 않고 냉정한 판단분별로서 자신을 추스려 가는 탄탄한 내공(內攻)을 볼 때의 기쁨, 일념(一念)의 염불(念佛)이 염염상속(念念相續) 끊이지 않고 익어져갈 때의 고요한 기쁨도 있다. 이렇듯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다시 기쁨의 미소를 짓는다.

지금 나는 무엇으로 인하여 가장 행복한가? 내가 요즈음 즐겨 하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 것도 안 하기>다. 무념(無念), 무상(無想)이다. 무심(無心)이다. 마음에 아무 것도 그리지 않고, 의식에 아무 것도 떠올리지 않고, <단지 순수의식으로 깨어있기>이다. 성성(惺惺)하고 적적(寂寂)한 의식 자체로 있음이다. 그저 고요하고 한가로운, 일없는(無爲의) 마음이다. 일체의 사념을 거두고 감각의 기능도 회수한 채 단지 깨어있기, 그 순수의식을 견지하며 가만가만 들숨날숨만 관장한다. 단순하고 담백하게 이 순간에 있을 뿐! 동사섭 수련의 궁극과정인 돈망(頓忘)이다. 우리의 의식이 이러한 상태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다. 사실은 우리가 누구나 이미 체험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이미 그러고 있음을 확인만 하면 된다는 것이 더 큰 다행함이다. 등에 업은 아이 찾은 격으로 말이다.

 

나는 요즈음 이것으로 좋다. 참 좋다. 이 지복감은 내가 지금껏 누려온 그 어떤 행복감에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쁨이다. 기쁨이라 이름붙이기가 너무 거칠다. 더 이상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이곳은 내가 머무를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임이 확실하다. 세 끼 밥만 겨우 챙겨 먹고는 남은 평생 이렇게만 있다가 가고 싶다. 이러한 지복감을 누릴 수 있게 되다니, 횡재한 인생이다. 감사함이 지극하다.

돈망의 핵심은 <옴>이다. 무엇이라고 이름붙일 수 없어서 동사섭 문화에서는 그냥 <옴>이라 칭한다. <옴>의 소식이 제대로 오게 되면, 모든 것들에 대한 가치체계가 확연히 달라진다. 생(生)과 사(死)의 우열(優劣)이 깨끗이 사라진다. 시비미추(是非美醜)의 시소놀음이 완전히 무력해진다. 물론 다시 여습(餘習)에 떨어져 이러쿵저러쿵 해찰을 부리더라도 더 이상 고통을 강화시키는 업장놀음은 안 된다. <옴>에서 얻는 안식(安息)의 그늘이 성성적적(惺惺寂寂)하며 호호탕탕(浩浩蕩蕩)하여 그 위력이 대단해서이다. 절로 숨이 깊어지며 마음이 푹 쉬어진다.

돈망살이의 순도가 밀밀해지면서 내 안에서 뜨거운 눈물로 발원(發願)되는 기도가 있다. 이 담백한 체험을, 이 무위(無爲)의 고요한 기쁨을, 이 성성하고 적적한 해탈을, 이 세상 모든 이들과 함께하고 싶음이다. 이 발원으로 몇 차례고 울었다. “산다는 것이 이렇게 쉬운 것을! 이렇게 담백하게 존재하여도 이렇게 평온하고 좋은 것을!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되면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치 않은 것을! 그냥 존재할 수 있다면...........!”

<옴>과 <돈망>의 삶을 동사섭 문화에서는 이론적 이해와 반복적 실습을 통하여 접근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영성수련의 획기적인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돈망의 쉼터에서 더욱 푸욱 쉬어갈 것을 서원한다. 이어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돈망살이를 다시 지심(至心)으로 기원하며 6월을 연다.

벌써 6월이다.

2007년 5월의 마지막 날

명상의 집 : 대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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