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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1 오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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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수희(隨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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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隨喜) 

 

수희란, 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서 다른 사람이 잘 하고 있는 부분을 잘 하고 있다고 인정하며 기꺼이 박수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으로서 보기 좋은 모습 하나이다. 수희 덕성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까지 빙그레 미소를 짓게 한다. 또한 도타운 수희덕성은 삶을 훈훈하게 하는 복전(福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인격 성숙을 재는 여러 기준이 있을 것이지만, 타인의 잘 된 일을 박수하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할 수 있는 덕성이야말로 인격의 중대한 척도가 되지 않겠는가. 안으로 이기심이 순화되고 밖으로 자비심이 길러져 있는 정도만큼 수희가 잘 될 것은 틀림없다. 옛말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남 잘 되는 일이 기쁘지 못하다는 의미로서 누구나 대체로 경험하는 심리이다. 이는 스스로도 편치 않은 일일뿐더러 그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마음도 안타깝게 한다.

수희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만 하여도 마음이 밝아진다, 참 좋다. 동사섭수련 과정에서도 무게감 있게 다루는 촌철 말씀 하나이기도 하다. 내 어머니께서도 수희가 뛰어나셨다. 이웃의 작은 경사에도 눈물을 흘리시며 기뻐하고 감사해 하곤 하셨다. 어머니의 그 마음은 지금도 따뜻하고 귀하게 그려진다. 이웃 사람들도 어머니의 그런 마음을, 그런 모습을 많이 좋아하셨고 그런 어머니 주변에는 사람들이 늘 걸게 북적댔었다.

 

최근에 수희가 저런 것이구나, 참으로 복되고 아름답구나 하는 감동을 적지 않게 받은 적이 있다. 지난 연말의 일이었다. 각 방송사에서 우수 연예인들을 뽑는 시상식이 있었는데 우연히 텔레비전을 통하여 시청하게 되었다.

남녀노소 연예인들이 화려하고 준수한 옷차림을 하고는 레드카펫 위를 걸어 식장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풍경이었다. 저마다 개성을 살려 의상에 포인트를 넣고, 나름의 연기력을 발휘하여 특유의 미소와 손짓 등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들도 볼만하였다. 팬들은 아우성을 치며 반기었고, 팬들의 극성스러운 성원에 각자 멋스럽게 답례하는 모습들도 보기에 좋았다.

화려한 등장에 이어 시상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는 마치 그곳이 긴장의 도가니인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런저런 상들이 거론되고 그 대상자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시청자인 내 마음도 따라 긴장되었다. 지나간 일 년 동안의 모든 연예인들의 연예활동이 적나라하게 평가받는 순간이었다. 이 시상식이 연예인들의 인격을 재는 평가는 아닐 것이요, 또한 이 시상식이 연예인들의 삶을 평가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리라. 나아가 연예인들이 상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상(賞)이 모든 연예인들의 연예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명줄일 수도 있다.

인기상, 공로상, 주연상, 조연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등등 수많은 상들이 수여되었다. 그 모든 상들을 연예인들은 다 소망하였을 테고, 반드시 본인이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상들은 임자가 있었다. 하나하나의 상에 임자가 정해질 때마다, 그 나머지 분들의 가슴은 과연 어떠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내 가슴이 시큰했다. 상을 받는 분들의 노고를 기꺼이 축하하고 박수하며, 나머지 분들의 마음을 은근히 살피며 위로와 격려의 기원을 보내면서, “정녕 이들은 이 순간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갈무리하면서 이 자리에 임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러면서 모든 연예인들의 얼굴표정과 자세 및 분위기 등을 읽기 위한 초미의 관심에너지가 내게 일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나는 놀랬다, 참으로 놀랬다. 시상 대상자를 호명하고, 상장 및 상품을 수여하는 동안에 그 남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꺼이 수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담뿍 흐뭇한 표정과 몸짓으로, 진실로 박수하고 있었다. 진정 온몸으로 축하하듯, 온전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모두가 다, 모두가................그 식장은, 강도 높은 긴장감을 내장하고 있으면서도 밖으로는 수수한 수희의 밝음이 가득한, 절묘한 조화의 장이었다.

나는 가슴이 떨렸다. 깊은 감동으로 울먹거렸다. “저들이 어찌 기쁘기만 하리요. 저들이 어찌 낙담과 우울감이 없으리요. 저들이 어찌 시새움과 오기가 없으리요. 저 상들을 그 자신이 받고 싶을 것임은 자명한데!”

하지만 그 마음들을 살포시 내려놓고, 동료의 성공에 대한 축하의 마음 또한 진심으로 있을 것인 즉 그 부분만 오로지 나타내 보이다니, 가히 사람의 높은 격(格)을 또렷이 느껴보게 하는 모습들이었다. 참 기분 좋게 하는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나는 존경심으로 울먹거려짐을 삼키며, 할 수만 있다면 거기 있는 모든 연예인들이 그 모든 상을 다 한번씩 받으소서하는 축복이 절로 일었다. 그동안 연예계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 혹여 편견과 오만이 있지는 않았나하고 반성하게 되었고, 더욱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게 하는 배움의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새해 사무실의 시무식 때에 그 소감을 공유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다같이 수희 덕성의 예찬으로 환하게 새해를 열었다.

 

수희라........! 수희 덕성이라.......!

사람의 격을 높여주는, 사람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함께 기분 좋게 하는 덕성이라는데 함께 더 노력해봄직 하지 않은가! 바야흐로 봄이다. 천하에 좋은 일 기쁜 일이 더 더욱 많기를 빈다.

 

 

2009년 2월 말일에

명상의 집 : 대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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