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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2 오후 07:43
제목
99.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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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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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

 

행복한 삶의 길을 일러주는 격언 중에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말도 드뭅니다. ‘지금 여기(Here and Now)’,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present)은 현재(present)라는 해석, 또 영화 ‘죽인 시인의 사회’로 유명해진 ‘Carpe Diem’이란 말 등은 모든 사람들에게 현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며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다짐하게 만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과거를 잊지 못해 힘들어 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실수나 잘못이 부끄러워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앞날을 위해 뭔가 준비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걱정이 그대로 나타날 확률은 1%도 안 된다는 데도 쓸데없는 걱정을 참 많이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충실 하라는 격언은 깊이 사유해보는 것만으로도 자유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나 막상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격언을 삶에서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가 좀 애매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리저리 날뛰는 생각을 어떻게 현재라는 시점에 고정 시킬 수 있단 말인가? 또한 과거를 반성하거나 미래를 계획하지 않고 사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또, 사실 매 순간이 찰나이므로 ‘지금 이 순간’이란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냥 흐름이 있을 뿐 이 순간을 산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이 순간’ 하고 의식하는 순간 과거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 이 순간을 잡으려 한다면 흘러가는 강물을 손으로 잡으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요? 그래서 나는 한때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말은 그저 관념적 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살아야한다면서 과거와 미래를 거부하고 오직 현재 에만 머무르려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 할뿐 아니라 바르게 사는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소 현학적이긴 하지만 나는 이런 의문들을 오랫동안 품어 왔습니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말에 담겨진 의미를 점점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마음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경험(삶)도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그런데 그 마음의 촛점이 경험과 일치하지 않고 따로 노는 순간이 많이 있습니다. 친구와 이야기 하면서 마음은 딴 데 가 있거나, 바닷가에 누워 밤하늘 아름다운 별을 보면서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거나, 공부를 하면서 시험 걱정을 하거나... 이런 것들을 모두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마음이 경험과 분열되는 순간은 충만하지 못하고 몰입이 잘 안되며 즐겁지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수천 년 내려온 요가수행이 몸과 마음의 일치를 최상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위빠사나, mindfulness 등의 명상 수행이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깨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 아닐까요? 마음이 경험과 함께 흘러가도록 하라는...

 

그렇다면 마음이 경험과 함께 흘러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미 많은 영적 선각자들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자아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마음이란 본디 감각, 혹은 경험의 산물이어서 고정된 실체 없이 그냥 흘러 갈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마음을 내 것이라 여기며 마치 내가 삶을 살아간다고 착각함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삶을 누리지 못하고 삶과 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라는 생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有爲적 에너지가 삶을 망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강물이 흘러가듯 온 우주도 그냥 흘러갑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나’도 ‘너’도 그렇게 흘러서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자꾸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짓고, 경직된 개념을 만들어 내고, 삶의 주체가 ‘나’라고 생각하고, ‘나’를 중심으로 삶을 해석하고, 어느 순간 삶은 사라지고 ‘나’라는 생각만 남습니다. 그 자아의식이 자꾸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말의 깊은 의미는 단지 현재를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서 삶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도록 일깨워주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거대한 삶과 싸우지 말고 매 순간의 삶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말이 아닐 지요? 그러므로 역설적이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살기위해서는 이 순간을 살겠다는 ‘나’의 의지를 먼저 내려놓은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 인 것 같습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이 다시 한 번 생각나는 밤입니다.

글. 정안님 (kafa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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