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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2 오후 07:51
제목
102. 치과에서 해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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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 해탈하기>

해탈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보았더니 ‘굴레나 얽매임에서 벗어남’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리고 불교적 의미로는 ‘속세간의 번뇌 속박에서 벗어나서 편안한 심경에 이름’이라고 한다. 동사섭 수련장에 가게 된 것은 처음부터 그 ‘해탈’이란 걸 얻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었다 해도 그것에 관심이 있었음은 틀림없다. 수련장에서 해탈에 대한 이런 말씀을 들었다.

“치과에 가서 앓던 이를 뽑았을 때 시원해지는 것, 그것이 해탈입니다.”

이빨 썩은 중생이 치과에 가서 ‘속세의 번뇌 속박에서 벗어난’ 그 고매한 경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중생은 그 때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 여섯 번째 중급과정을 마쳤다. 이번 수련에서 크게 얻은 것은 두 가지였다. <지금 여기 이 마음에 걸림 없는 것이 해탈> 이라는 말씀과 <최후의 수렴처는 느낌>이라는 말씀이다. 동사섭 수련생으로 지낸 3년 반 동안 수도 없이 들어온 말씀인데 그것이 귀속으로 알뜰하게 들어오고 가슴에 간절하고 새롭게 스민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자리. 인생은 오로지 지금 여기가 전부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없으며 현재는 찰나에 과거로 변하므로 없다. 번뇌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라면 언제 번뇌에서 벗어난다는 것인가. 미래에? 과거에? 아니면 현재에? 아니, 바로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벗어난다면 무엇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그것은 지금 여기 이 마음의 부정적 정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번뇌는 저 밖에 어떤 덩어리로 떡 비티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마음 속에 아무 형태도 없는 정서로 존재한다. 사람의 느낌이란 것은 얼마나 예민한가. 친한 친구가 뒤에서 내 흉을 보고 다닌다고 하여 지옥 같은 기분이었는데 그것이 오해였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 지옥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오히려 친구의 변함없는 우정이 새삼 고마워진다. 뒷간에 갔다가 오는 사이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눈 깜박할 사이에 지옥이 천국 되고, 천국이 지옥 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오해에서 지옥이 생기고 이해에서 천국이 생긴다. 즉, 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에 이르려면 인생에 대한, 존재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 인생과 존재에 대해 바르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동사섭이 전하고 있는 바른 이해는 그 이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이해로 하여 이 마음속에 일어나는 평화스런 정서, 해탈감, 그것이 목적이다. 모든 법리는 최후에 그렇게 우리 마음 속 느낌으로 수렴되어야 진정 살아있는 법리가 되는 것이다.

<속세의 번뇌 속박에서 벗어나서 편안해지는 것>이라는 거창한 그것은 그 알맹이를 털어보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이 마음이 부정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시원해지는 것, 그것이 전부이다. 썩은 이빨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치과에 갈 생각은 꿈에도 없고 그저 끙끙 앓으며 이빨 아프다고 징징거린다. 게다가 인생이란 본디 그런 것이려니 한다. 중생이란 바로 그런 사람이란다. 깨달은 사람은 이빨이 아프다 싶으면 즉시 치과에 가서 적절한 처치를 하여 존재의 본래 청정을 산다.

해탈을 원한다면 바로 지금 여기 이 마음의 관리에 눈떠야 한다. 지금 여기 이 마음에 깨어있으면서 이 마음에 무언가 부정적 정서가 생겼다 하면 그것을 재빨리 전환시킨다. 누가 전환시키는가? 치과 의사가? 아니다. 치과 의사는 내 통증을 멎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를 활용하려면 내가 내 발로 치과에 가야 한다. 동사섭 치과에는 그것을 전환시키는 다양한 도구들이 있다. 돈망 명상이라는 한 개의 주바라밀과 지족 명상, 비아(非我) 명상, 나지사 명상, 죽음 명상이라는 네 개의 조바라밀, 27 개의 공리(空理), 10 대 행복 마중물, 그 외에 수많은 촌철과 공식들 등등.

지금 여기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정서를 살핀다. 긍정적인 느낌인가, 부정적인 느낌인가? 부정적이라면 이런 말씀에 다시 한 번 세차게 얻어맞으면서 얼른 정신을 차린다.

 

“허공과 같은 이 마음을 어찌 걸리게 하는가? 그것은 참으로 억울한 일 아닌가?”
글. 선혜님 (yousorim@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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