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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나눔

NO1작성일 : 2016-03-16 오후 04:40
제목
우주를 만나는 행복한 시간 (귀신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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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 주를 만나는 행 ・ 복한 시 ・ 간 (이하 ‘우행시 ・・・ ’) 을 갖기 위해 귀신사로 향했다.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돌계단을 오르니 널찍한 마당이 우리를 반겼다. 대적광전의 단아한 자태도 단풍진 고목들과 잘 어우러졌다. 우행시 ・・・ 를 진행하는 STAFF 일행은 무여 스님의 환대를 받고 요사채로 들어가 차를 한 잔 마셨다. 귀한 보이차라셨는데 향기가 그윽했고 스님의 인품과 잘 어울렸다. 무여 스님께서는 우리의 방문을 환대해 주셨다. 고마웠다. 그리고 행사 모두에 ‘삶의 5대 원리’ 강의를 해줍사 부탁 드린 후 행사의 대강을 알려 드렸다. 우리는 시간 여유가 없어 지체없이 행사 준비를 해야 했다. 돌계단 입구 한쪽으로 오늘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께 드릴 선물과 ‘삶의 5대 원리’ 질문지를 배치하였고 다른 쪽엔 귀신사 신도님께서 준비하신 우리차茶 코너를 만들었다. 대적광전 마당에 의자를 놓고 토방을 무대로 삼았다. 조금은 좁은 듯했지만 어렵지 않게 음향 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 행사는 음악이 풍성하게 준비되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우행시 ・・・ 가 되리라. 음악 공연을 준비해 주신 뉴 아더스New Authors의 번갯불 님과 바람 님께 감사드린다. 특히 동행해 주신 이스턴 모스트Eastern Most의 연주는 리허설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악기 배치 후 각 연주자들의 리허설이 끝났고 마당에 의자 배치가 끝날 무렵 시각은 얼추 6시에 가까워졌다. 시장했다. 오늘 저녁 공양은 카레라고 하셨다. 행사에 참여한 많은 식구들과 일찍 행사장을 찾아주신 신도님을 위해 귀신사 신도님들이 공들여 준비해주신 음식이라 그런지 더 맛났다. 공양간에서 직접 끓인 것이라 그 정성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훈훈했다. 신도분들이 자리를 메우고 저녁 어스름이 대적광전을 감싸 안았다. 저녁의 평온함이 시작된 것이다. 한뜻 님과 자두 님이 함께 단상에 섰다. 혼자보다 둘이 서니 그림이 멋져 보였다. 여유로웠다. 우행시의 시작이다. 가장 먼저 용타 큰스님께서 삶의 가치관으로 제시하신 ‘삶의 5대 원리’, 즉 정체, 대원, 수심, 화합, 작선에 대해 무여 스님께서 강의해 주셨다. 천하의 주인인 내가(정체) 모든 존재들의 행복 해탈을 위하여(대원) 자신의 마음부터 잘 관리하고(수심) 주변과 평화롭게 지내며(화합)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작선)이라는 말씀을 다양한 예화를 들어 진중하면서도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이보다 더한 가치관이 있을까 싶다. 신도님들의 눈빛이 빛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삐삐 님과 우리 님이 단상에 올랐다. 차가워진 몸도 데우고 분위기도 바꾸기 위함이었다. 삐삐 님은 리듬체조 강사이시고 우리 님은 삐삐 님의 제자다.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이 혼자 하는 동작도 있었지만, 함께 손잡고 하는 동작이 곁들여져 우리는 이미 서로 이어진 존재라는 마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몸을 풀고 나서 하늘을 우러렀다. 아까까지 끼어 있던 구름이 걷히고 얼굴을 내민 달 사이로 별들이 총총히 떠 있었다. 혹, 별을 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를 불식시킨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별을 보는 중에 모든 조명을 끄고 한뜻 님이 낭송하시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들었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모악산 자락 귀신사는 점점 시의 바다에 빠져 들고 있었다. 그렇게 우주를 본 후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니 이승의 삶을 이전투구하며 살 이유가 없음을, 지금 이대로 부처이고 욕망에 끄달리지 않고 살 이유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잠시 여유를 가진 후 우리는 음악의 향연으로 빠져들었다.

이스턴 모스트의 연주는 별과 달과 우주를 만나기에 충분히 감미로웠다. ‹Take the ‘A’ train›, ‹Somewhere over the rainbow›, ‹Isn’t she lovely›, ‹사랑가›, ‹On voyage›, ‹Moon river›, ‹Fly me to the moon› 등 어느 한 가지도 허투루 다뤄진 것이 없었다. 몇 곡은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그 느낌이 감미로워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고 전혀 어색하거나 거북스럽지 않았다. 특기할 만한 것은 현대적으로 편곡된 ‹사랑가›였다. 연주자는 분명 국악을 전공한 창唱하는 연주자였지만, 또 귀에 익숙한 ‹사랑가›였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게 현대 악기와의 조화가 자연스러웠다. 이스턴 모스트의 연주 후에 뉴 아더스의 음악은 더욱 섬세했다. ‹희망가›, ‹잊혀진 계절›, ‹이별›, ‹Vincent› 등은 바람 님의 피아노 연주 하나로도 충분했다. 번갯불 님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게 했다. 그리고 한뜻 님과 번갯불 님이 함께 부른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많은 분의 호응을 얻었다. 이미 잘 알려진 노래이기도 했지만 한뜻 님의 힘 있는 목소리와 번갯불 님의 화음이 노래를 조화롭게 만들었다. 끝으로 마음의 별을 밝히는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행사 시작 전에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 이미 명부전 앞에 드문드문 놓아 두었다. 모형 연꽃을 물그릇에 띄우면 LED불이 환하게 불을 밝히게 되어 있었다. 한 가족에 한 개씩 모형 연꽃을 드리고 위쪽에서부터 가족끼리 둥글게 서게 했고 신도님들이 그것을 물그릇에 넣자 불이 환하게 켜졌다. 환호성이 울렸다. 모두들 그 환한 불빛 앞에서 한참씩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따뜻한 광경이었다. 모형 연꽃은 선물로 가져가시게 했고 잘 관리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씀도 빠뜨리지 않았다. 댁으로 돌아가시는 귀신사 신도님들께 동사섭 소식지와 귀신사에서 마련한 선물을 담은 꾸러미를 한 개씩 드렸다. 흐뭇했다.

행사는 늘 그렇다. 의도한 대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 의외의 성과가 드러난다. 모형 연꽃 불 켜기를 연주 전에 할 것인지 후에 할 것인지 고민했지만 후에 하길 잘했다 생각하게 되었고 남은 카레도 신도님들께 나눠드리길 잘했다 생각했다. 이 두 시간 행사를 위해 서울 센터에서는 날을 새며 준비했고 그에 보답이라도 한 양 결과는 흡족했다. 미흡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만하면 아주 잘한 행사라 자평한다. 이 행사를 위해 수고하신 서울 센터 직원과 깨자봉, 뉴아더스 및 이스턴 모스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2015년 가을은 ‘귀신사 우행시 ・・・ ’로 한 획을 긋기에 충분했다. 행복하다.  (글/한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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